Angie.Lee

『함께 자라기』를 읽고

두 번이나 사서 읽은 책, 『함께 자라기』. 의도적 수련, 더하기와 곱하기, 그리고 협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의 언어로 정리해봤다.

독서·11분 읽기·

두 번 산 책

『함께 자라기』를 완독했다.

사실 이 책을 읽겠다고 처음 결심했을 때부터 완독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처음엔 회사 팀 예산으로 구매한 책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문제가 있었다. 나는 기억에 남겨야 하는 독서를 할 땐 반드시 종이책에 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읽어야 하는 사람이다. 오락용 독서라면 어떤 형태든 상관없지만, 배움을 목적으로 하는 독서에서 밑줄 없이 눈으로만 읽는 건 내게 모래 위에 글씨를 쓰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내 돈으로 한 권을 더 샀다.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고, 그제야 제대로 읽을 수 있었다.

기대했던 것과 얻은 것

책 제목이 『함께 자라기』인 만큼, 처음엔 협업의 중요성이나 팀워크를 높이는 방법에 대한 책일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협업이라는 범주를 훌쩍 넘어 개인의 커리어 성장이라는 더 본질적인 질문에 닿아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런 고민들을 안고 있었다.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나는 팀원으로써 팀이 돌아가게는 하는 것 같은데… 팀원들과 진짜 시너지를 내며 일하는 건 어떤 모습일까?"

"나는 사회성이 특출난 사람이 아닌데, 협업에서의 약점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 질문들 하나하나에 꽤 정직하고 실질적인 답을 건네줬다.

10년 뒤의 나는 어떤 개발자일까

항해(부트캠프)를 하면서 정말 대단한 코치님들을 많이 만났다. 모두 뛰어난 분들이었고, 각자에게서 배울 점과 닮고 싶은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분들을 보며 늘 따라붙는 물음이 있었다.

"나도 10년을 개발하면 저 분들처럼 될 수 있을까?"

솔직히, 어렵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벽이 느껴졌다.

반면 주변에서 듣는 이야기 중엔 반대의 경우도 있다. 10년이 넘는 경력을 가졌음에도 그 연차에 기대되는 실력에 한참 못 미치는 시니어 개발자들. 경력과 실력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쉽게 끄덕일 수 있는 내용인 것 같다.

그렇다면 코치님들과 그 시니어 개발자들 사이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경험의 양보다 중요한 질과 의도적 수련

책의 저자는 경력과 실력의 차이가 경험의 양이 아닌 '질'에 있다고 말한다.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했느냐가 경력 대비 실력을 결정짓는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처음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의문이 생겼다. 10년 경력의 시니어 개발자가 과연 다양하지 않은 경험을 가지고 있을까? 경력이 길어지면 의도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그 연차에 비례하는 만큼의 다양한 경험은 자연스럽게 쌓이지 않을까?

그 의문에 답을 주는 개념이 바로 저자가 강조하는 의도적 수련(Deliberate Practice)이다. 단순히 시간을 많이 쏟는 것이 아니라, 실력 향상을 목표로 난이도를 조절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의식적으로 설계된 방식으로 배우는 것. 경험의 '다양함'이 아니라, 그 경험을 대하는 '방식'이 실력의 기울기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런 생각을 했다. 결국 그 난이도 조절이나 피드백을 구하는 행동 자체가,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의도적 수련이 가능한 환경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코치님들이 매 프로젝트마다 더 어려운 방식을 시도하고,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구하고, 그 피드백을 다음 행동에 녹여냈던 것도 결국 그 근저에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태도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반면 경력에 어울리지 않는 시니어는 나쁜 사람이 아닐 것이다. 다만 그 10년을 수동적으로 흘려보낸 것이다. 주어지는 일을 처리하고, 피드백을 굳이 찾지 않고, 익숙한 방식을 반복하는 것. 그 태도가 의도적 수련의 기회를 스스로 닫아버린 것이다.

결국 태도가 환경을 만들고, 환경이 수련을 만들고, 수련이 실력을 만든다. 똑같은 경험 앞에서도 무엇을 가져갈지는, 처음부터 그 경험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더하기와 곱하기

3년차에 접어들며 단순히 열심히 하는 걸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열심히는 하는 것 같은데, 왜 성장이 체감되지 않을까?" (열심히가 부족할 수도 있지 아암..)

저자는 성장 방식을 더하기곱하기로 나눈다.

더하기는 익숙한 방식이다. 더 오래 일하기, 가용 시간 늘리기, 낭비 줄이기, 잠 아끼기. 노력을 단순히 쌓아올리는 것. 돌아보면 지금껏 내가 써온 방식이기도 하다. 그리고 솔직히 이건 전형적인 한국식 업무 방식이기도 한 것 같다.

문제는 이 방식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인생이 복잡해질수록, 해야 할 일이 많아질수록 쓸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든다. 더하기는 결국 물리적인 상한선에 부딪힌다.

반면 곱하기적 사고는 집단의 지능을 높이는 것이다. 단순히 일을 더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서 A 작업(본업)뿐 아니라 B 작업(개선)과 C 작업(개선을 개선하는 일)까지 잘하게 되는 것. 솔직히 말로는 이해가 가지만 현실적으로 와닿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방향 자체는 분명히 옳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이걸 협업의 맥락으로 설명하지만,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개인의 성장으로도 연결해서 생각하게 됐다.

개인으로서의 더하기는 공부 시간을 더 늘리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나 더 끼워 넣는 것이다. 반면 곱하기는 회고를 통해 내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의도적 수련으로 학습의 밀도를 높이고, 나의 성장을 증폭시켜줄 환경과 도구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동료와 멘토와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시간을 더 쏟는 게 아니라, 잘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게 나에게 필요한 곱하기라고 생각한다.

잘하는 개발자는 같이 잘한다

IT 업계에는 묘한 풍토가 있다. 개발자가 사회성이 좀 부족한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면에서는 이 스테레오타입이 면죄부처럼 작동하기도 한다. 사회성이 부족한 상태로 그냥 안주해버리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 잘 안다. 내가 사회성이 특별히 뛰어난 사람은 아니라는 걸. 그래서 늘 고민이었다. 어떻게 하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더 잘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그러다 보니 오히려 이런 생각도 자주 했다.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개발자라면 시장에서 정말 강점이 되겠다. 협업을 잘하는 개발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까.

흔히 천재 개발자를 떠올리면 골방에 혼자 틀어박혀 키보드만 두들기는 이미지를 먼저 생각한다. 사회성이 좀 부족해도 기술이 뛰어나면 괜찮다는 것, 혹은 기술이 뛰어나니까 사회성이 좀 부족한 거겠지, 라는 인식말이다. '개발 잘하는 사람 = 사회성 없는 사람'이라는 등식이 어느 순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책은 이게 미신이라고 한다.

연구 결과가 꽤 직접적이다. 뛰어난 개발자 중 70%가 동료와의 협력을 언급한 반면, 실력이 그저 그런 개발자들은 20%도 안 되는 사람들만이 협력을 언급했다. 실력 있는 개발자일수록 혼자 잘하는 것보다 함께 잘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더 인상적인 건 전문가팀 실험이다. 전문가들을 모아 팀을 꾸리고 알아서 하게 내버려뒀더니, 협력한 비전문가 팀보다 훨씬 못한 결과가 나왔다. 팀에 누가 있느냐보다, 그 팀원들이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공감이 됐던 부분은 따로 있다. 어떤 기술적 방법론이든 현실에서 적용하려면 사회적 자본이 필요하다는 것. 내가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나더라도 팀원들의 신뢰를 쌓지 못한 상태라면, 내가 도입하고 싶은 기술은 절대 도입할 수 없다. 기술력은 결국 관계라는 토대 위에서만 발휘된다.

그렇다면 그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쌓을 수 있을까. 우아한형제들의 슬로건이었던 '잡담이 힘'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매일 팀원들과 나누는 가벼운 대화와 장난 같은 작은 상호작용들. 그것이 협업의 토대를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쌓아나가는 방법이다.

부족한 사회성을 어떻게 보완할까 고민할 때는 뭔가 거창한 해결책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런데 결국 작은 것들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이 파트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와닿은 부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해보자!

책을 읽는 내내 연필로 밑줄을 좍좍 그으면서, 끄덕이면서, 한편으로는 계속 이 질문이 따라붙었다.

"그래서 나는 실제로 뭘 바꿀 건데?"

감명받는 것과 실제로 삶에 녹여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책을 제대로 읽었다는 건 결국 뭔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적어본다.

첫째, 회고를 루틴으로 만든다. 매주 금요일 오후, 짧게라도 이번 주 내가 무엇을 어떻게 일했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실 노션으로 회고 템플릿까지 만들어놨는데 매주 실천하진 못했다. 의도는 있었지만 실행이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아예 캘린더에 시간을 고정으로 잡아두려고 한다. 안 하던 걸 하려면 시스템이 필요하다.

둘째, 더하기보다 곱하기 방식으로 움직인다. 공부 시간을 늘리고, 강의를 하나 더 결제하고, 야근해서 기능을 하나 더 완성하는 것이 더하기라면, 배운 것을 바로 아웃풋으로 만들어보고, 막힐 때 타임 리밋을 걸고 넘으면 바로 동료에게 질문하고, PR은 작은 단위로 자주 올려 피드백을 짧은 루프로 받는 것이 곱하기다. 무언가를 할 때 지금 내가 더하기로 하고 있나, 곱하기로 하고 있나를 스스로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하려 한다.

❌ 하지 않을 것 (더하기)✅ 할 것 (곱하기)
공부 시간 늘리기배운 것을 바로 아웃풋으로 만들어보기
강의 하나 더 결제하기공부한 내용을 블로그나 팀원에게 설명해보기
야근해서 기능 하나 더 완성하기새 기술은 토이 프로젝트로 직접 부딪히며 배우기
막힐 때 혼자 몇 시간씩 붙들기타임 리밋 걸고, 넘으면 바로 동료에게 질문하기
몰아서 회고하기짧은 루프로 자주 되돌아보고 개선하기
큰 단위로 PR 올리기작은 단위로 자주 올려서 매일 피드백 받기
공부만 오래 하다 시작하기짧게 공부하고 바로 만들어보기
반복 작업을 그냥 반복하기반복되는 작업은 자동화 먼저 고민하기

셋째, 팀원들과의 작은 상호작용을 매일 만들어나간다. 먼저 말 걸기, 내가 알게 된 것을 가볍게 공유하기, 성의 있게 반응하기. 함께 잘 일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결국 이런 소소한 것들에서부터 개선해나갈 수 있다.

책 제목이 『함께 자라기』이지만, 어떻게 보면 『함께 잘하기』로도 읽힌다. 혼자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잘 성장하려면 잘 배워야 하고, 잘 배우려면 잘 함께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매일의 작은 태도에서 시작된다.

두 번이나 사서 읽은 책인 만큼, 두 번 이상의 곱셈의 변화로 돌려받고 싶다. '함께 자라기' 독후감 드디어 완료!